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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점술과 샤머니즘

사주와 신점 중 뭘 골라야 할까

by FarEastReader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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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사주와 신점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주에 대해 먼저 정리해 보겠다.

사주는 우리가 태어난 년,월,일,시 의 네가지 기준점에 글자 2개씩을 부여해서 (하나는 12간지, 다른 하나는 10진법) 8글자의 조합을 만들어서 이 8글자의 조합을 가지고, 보고자 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각각에 해당하는 매해, 매월, 매년, 매일에 부여된 글자와의 조합을 이용하여 운명이 어떠한 모습을 나타내는지를 점치는 기술이다.

흔히들 사주는 통계학이다 - 라는 말을 들어봤을 텐데, 대충 이런 조합을 가진 사람은 이런 운명이고, 저런 조합을 가진 사람이 이런 해에는 이런 일을 겪는다 라는 것을 쭉 정리해서 누군가가 이 조합표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이 조합표에 따라 풀이를 한다는 측면에서 통계학적 특징을 갖는다고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조합이 그렇게 되었을 때 왜 이런 운명이나 이벤트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통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기 보다는, 거꾸로 그 조합이면 이런 저런 이유에 의해 무조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불이 물을 만나면 꺼진다 그러므로 불이 약한 사람이 물이 많은 시기엔 자신의 의지와 반대되는 일을 겪게 된다) - 라는 식으로 연역적으로 또 나름의 상징철학적으로 운명과 성격 등을 점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래서 사주팔자 보는 곳을 '철학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그런데 사주가 어디서 왔는가 따져 보면, 소위 서양의 점성술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년월일시는 결국 그 사람이 태어난 별자리를 문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그 당시의 별자리의 배치라 함은, 결국 매년, 매해, 매월, 매일에 부여된 2글자의 조합과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사주팔자란 것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뭔가 자기 나름의 닫힌 체계를 갖추어서 독자 발전하기 쉬운 구조를 갖추었다. 서양의 점성술 이론 체계가 나름 방대하고, 또 천문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해 왔던 점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고 하겠다.

 

신점에 대해서도 말해 보겠다

다음은 신점이다. 신점은 인간과 영적 세계를 매개한다는 '영매'이자 '중간자'로서의 샤먼, 즉 무당을 전제로 한다. 무당은 특히 상당히 시베리아 - 몽골 유목민족 적인 개념이다. 중국이나 일본에 무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물론 비슷한 것들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몽골이나 여진족(또는 만주족)의 침략으로 영향을 받았거나 - 중국의 예- , 한반도나 중국을 통해 건너간 개념 - 일본의 음양사 같은 존재-가 있을 뿐 전문적으로 신내림을 받아서 자기가 모시는 귀신과 소통하며 제사를 지내주고, 영혼을 달래 주고 하는 존재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이런 것은 도사 (도교의 도사)나 불교 승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서양에서 퇴마 의식을 카톨릭 신부나 목사가 담당하는 것과 유사하다.

 

시베리아나 몽골, 만주에 있었던 북방 유목, 수렵 민족들은 일찍이 샤먼 중심의 종교생활을 했다. 샤먼이 내리는 신탁을 듣고 샤먼을 통해 영적 세계와 소통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이 무당이란 존재는 매우 특이하다. 사주나 주역, 타로 같은 이런 점술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신이 알려 주는 대로 점을 쳐주고 신의 말을 대신 전달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자 그럼 사주와 신점의 결과는 어때야 할까?

만약 사주나 신점이 진짜 일리가 있는 것이라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서는 안된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나를 포함)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아주 이상한 사람에게 찾아가지 않는 한, 그 결과는 대충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그건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특히 신점의 경우 메신저의 개성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주에 대해서는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이야기 하세요?" 라고 물으면 사주 상의 체계 (그 체계가 맞는지는 제쳐 두고라도)에 따라 이런 저런 설명을 얻을 수 있기에 다른 사주술사에게 그 근거의 해석이 맞는지, 제대로 된 것인지를 물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점은? 그 당시 그 말을 하는 샤먼에게 완전히 의지해야 한다. 이 때 두 가지의 정보 전달의 오염원이 발생한다. 하나는 모시는 신 자체가 제대로 된 신이 아닌 경우 (소위 잡신이나 악령)이 있을 거고, 또 이번엔 말을 전달하는 메신저인 무당이 신의 메세지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무당이 문제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방식인 '굿' 즉, 제사는 돈이 되기 때문에 사업의 영향으로 (즉, 장사를 하기 위해) 공포 조장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 사주와 신점 중에서 어떤 것을 권하는가?

나는 이 점에서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주로 만족할 것을 권한다. 이유는 위에 쓴 그대로이다. 어차피 믿을 거라면, 사주와 신점은 같은 결론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그럼 사주로 된 거 아닌가?

그리고 사주는 다른 사주술사에게 세컨드 오피니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또 물어 보는 것)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아는 것처럼, 사주는 큰 틀이나 대략적인 성향을 이야기해 주는 경우는 많아도 딱 그 케이스에 맞는 것을 적중시키거나,  가까운 미래의 일을 족집게 처럼 맞추는 것, 또는 신기한 체험의 경우는 압도적으로 영능력자를 표방하는 무당 - 즉 신점 체험에서 얻을 수 있다.

 

신점의 경우, 그래서 의존하기 쉽다. 잘 아는 것처럼 무당은 자신의 단골을 '우리 신당의 신도'라고 표현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무당과 당신 사이에 신비 체험으로 신뢰가 형성되면 종교적 의존 관계 - 즉 사제와 평신도간의  관계가 성립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알고 있기에 정규 교단 불교, 기독교 등은 무당집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 교단과 배척되는 새로운 종교를 가져 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또한 이러한 종교적 관계가 사람을 얼마나 맹목적으로 만들고 비 이성적으로 만드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소위 '무자격자'인 샤먼에 당할 리스크가 높은 이러한 무당 신봉을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주류 종교의 사제란 어떤 의미에서 자격을 가지고 검증을 거친 샤먼, 무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높은 도덕적 책무와 규율을 요구받고 이를 지키는 것은, 최고의 가르침, 최고의 신을 모시는 사제이자, 종교적 권위자로서 최소한의 윤리기준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결국, 나는 왠만하면 사주를 추천한다. 그리고 만약 신점을 그래도 호기심이나 여러 이유에서 보고 싶다면 주변에 무작정 소개를 받거나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하지 말고, 꼭 다음 질문을 물어봐라.

"혹시 굿이나 기도를 하라고 하지 않아?"

이걸 안하는 무당은 그 직업 특성상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 효과가 없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결론을 수정한다. 무당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만약 필요할 때는 굿을 할 수 있다 (최소 500만원 ~ 1천만원) 라는 각오가 있는 사람만 왠만하면 무당을 진지하게 만나고 신점을 보길 권한다.

 

결국 인생은 자기 것

그러나 미래를 미리 안다고 해서 무엇이 좋은가.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를 미리 아는 것에 의미가 과연 있는가?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삶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만 미래를 인식 혹은 경험할 수 있고, 그냥은 알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원래의 게임 규칙이라면, 그것에 철저히 적응해서 용기있게 살아 보는 것은 어떤가?

2024.01.19 - [수렵채집일기/운명을 개척하기 - 지혜와 운] - 과거-현재-미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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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똑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말을 해도 다 알아 듣고, 일부러 어려운 이야기를 해도 다 알아 듣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글은 그와 이야기 하던 도중 떠오른 한 생각에 관해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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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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